2014-04-02

부자에 대한 인식 조사 - 1993/2014년 비교

지난 3월 31일 금융감독원은 지난 해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연봉 5억 원 이상을 받은 기업 등기임원들의 연봉을 처음으로 공개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일부 임원들이 받은 고액 연봉 때문에 논란이 일기도 했고, 외국의 글로벌 기업 임원 연봉에 비하면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 한편에서는 생활고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고가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으나, 또 한편에서는 큰 수입과 함께 기존 재산을 더 증식하는 부자들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2014년 봄, 한국인들은 우리 사회의 부자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부자의 조건은 무엇인지, 본인이 부자가 될 가능성은 얼마나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한국갤럽이 알아봤습니다.
(참고) 2012년 3월 한국갤럽 <빈곤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 1990년 vs. 2012년



부자에 대한 인식 조사
조사 결과 파일 다운로드(PDF)

조사 개요
- 조사기간: 2014년 3월 24~27일(4일간)
- 표본추출: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
- 응답방식: 전화조사원 인터뷰
- 조사대상: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199명
- 표본오차: ±2.8%포인트(95% 신뢰수준)
- 응답률: 15%(총 통화 8,036명 중 1,199명 응답 완료)
- 의뢰처: 한국갤럽 자체조사

조사 내용
- 몇 억 정도의 돈을 가진 사람을 부자라고 할 수 있는가?
- 부자들 중에는 존경할 만한 사람이 더 많은가?
-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할 만한 부자는 누구인가?
- 부정한 방법과 노력/능력 중 어떻게 돈을 번 부자들이 더 많다고 보는가?
-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본인 노력/능력과 부모 재산/집안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 본인은 부자가 될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가?
- 부자는 보통 사람보다 더 행복한가, 더 불행한가, 비슷한가?


조사 결과

우리 국민 열 명 중 세 명, '10억 정도 가진 사람은 부자': 평균 25억 원
- '10억 미만' 15%, '20억' 10%, '100억' 10%


한국갤럽이 지난 3월 24일부터 27일까지 4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119명에게 몇 억 정도의 돈을 가진 사람을 부자라고 할 수 있는지 물은 결과, '10억 원'이 30%로 가장 많이 응답됐고 그 다음은 '20억'(10%), '100억'(10%), '30억'(8%), '5억'(7%), '50억'(6%) 순으로 나타났다.

◎ 전체 금액을 범위로 구분해서 보면, '5억 미만' 7%, '5억에서 10억 미만' 8%, '10억에서 20억 미만' 31%, '20억에서 50억 미만' 19%, '50억에서 1백 억 미만' 7%, '1백 억대' 10%였고 '1천 억대' 응답도 1% 있었다. 18%는 의견을 유보했다.

◎ 2014년 현재 한국인이 생각하는 부자의 자산 규모는 평균 25억 원이다(상하위 5% 절삭 평균 기준). 1993년 한국갤럽의 동일 질문에서 부자라고 칭할 수 있는 자산 규모가 약 13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1년 만에 곱절이 된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인의 절반 가량인 45%는 10억 또는 그보다 적은 돈을 가진 사람도 부자로 보고 있어(1993년에는 75%), 예나 지금이나 보통 사람들에게는 10억 원이 쉽게 만질 수 없는 큰 돈임을 알 수 있었다.

◎ 전 연령대에서 부자의 자산 규모로 10억이 가장 많이 응답됐지만, 그 평균 금액은 고연령일수록 낮아 2030 세대는 33억, 4050 세대는 22억, 60세 이상 어르신들은 17억 정도를 부자의 기준으로 봤다.






부자들 중에는 '존경할 만한 사람이 많지 않다' 66% > '존경할 사람이 더 많다' 19%

알고 있는 부자들 중에서는 존경할 만한 사람이 더 많은지 그렇지 않은지 물은 결과, 한국인 세 명 중 두 명(66%)은 '존경할 만한 부자가 많지 않다'고 답했고 19%는 '존경할 만한 부자가 더 많다', 15%는 의견을 유보했다. 성, 연령, 직업 등 모든 응답자 특성에서 존경할 만한 부자가 많지 않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우리나라의 존경할 만한 부자: 정주영(13%), 이건희(10%), 유일한(6%)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할 만한 부자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는(자유응답)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13%),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10%), 유일한 전 유한양행 회장(6%),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2%),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2%), 정몽준 의원(1%),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1%) 등으로 1% 이상 언급된 부자는 일곱 명에 불과했고, 전체 응답자의 60%는 '존경할 만한 부자가 없다/모르겠다/생각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 외 소수 응답 중에는 최근 신라호텔 출입문 사고를 낸 택시기사의 변상금을 전액 탕감해 화제가 됐던 이부진 사장을 비롯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김연아 선수, 일제 강점기에 국보급 문화재를 지키는 데 막대한 유산을 쓴 간송 전형필 선생,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대표적 부자로 손꼽히는 경주 최부자 등이 포함됐다.




우리나라에는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번 부자가 더 많다' 63% > '그렇지 않다' 23%

부의 소비, 즉 부자들이 돈을 어떻게 쓰는가 하는 문제도 있지만 부의 형성 과정 역시 부자에 대한 인식에 중요한 영향 요인일 것이다. 우리나라 부자들의 부 축적 과정에 대한 생각을 물은 결과,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번 부자가 더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63%로 절반을 넘었고 '노력이나 능력으로 돈을 번 부자가 더 많다'는 응답은 23%에 그쳤으며 14%는 의견을 유보했다.

◎ 성, 연령, 직업 등 모든 응답자 특성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번 부자가 더 많다는 시각이 우세했으며, 특히 이념성향 보수층(350명 중 55%)보다 진보층(306명의 74%)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 한편 존경할 만한 부자가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들(229명) 중에서도 '부정한 방법' 45%, '노력/능력' 43%로 답해 부자들의 부 축적 과정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부자가 되려면 '부모 재산/집안이 더 중요' 53% > '본인 노력/능력이 더 중요' 40%
- 60세 이상 어르신들은 '본인 노력/능력'을, 2040 세대는 '부모 재산/집안'을 더 중요하게 봐


우리 사회에서 부자가 되기 위해 더 중요한 조건으로는 53%가 '부모의 재산이나 집안'을 꼽았지만, '본인의 능력이나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40%로 적지 않았으며 7%는 의견을 유보했다.

◎ 부자의 조건에 대해서는 연령별 의견 차가 컸다. 2040 세대는 60% 내외, 특히 30대는 74%가 부모의 재산이나 집안이 더 중요하다고 봤지만 60세 이상 어르신들은 71%가 본인의 노력이나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다. 즉 한국 경제가 고성장 일로에 있던 1960~70년대를 경험한 세대는 능력과 노력에 대한 믿음이 강한 반면, 2014년 현재 구직 또는 경제 활동 중심에 있는 세대는 개인의 경제 수준이 ‘물려 받은 재산'으로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다.

◎ 참고로, 1993년 한국갤럽의 유사 질문에서는 70%가 '능력이나 노력'을 꼽았고 '배경이나 가문' 응답은 8%에 불과해 지난 20여 년 동안 부자의 조건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




내가 부자 될 가능성 '(많이+어느 정도) 있다' 33% - '(전혀+별로) 없다' 61%
- 현재 생활수준 높을수록 부자 될 가능성 더 높게 봐


본인이 부자가 될 가능성이 얼마나 있다고 보는지 물은 결과 '많이 있다' 7%, '어느 정도 있다' 25%, '별로 없다' 39%, '전혀 없다' 22%로, 전체 응답자의 33%는 '부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지만 그 배에 달하는 61%는 '부자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답했다. 6%는 의견을 유보했다.

◎ 부자가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20대가 가장 낙관적('가능성 있다' 52%)이었고, 60세 이상 어르신들은 가장 비관적('가능성 없다' 78%)이었다. 이렇게 큰 시각 차는 상대적으로 부를 축적할 시간과 기회가 많은 20대에 비해 어르신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현재 생활수준이 높을수록 부자 될 가능성을 더 높게 봤다(상/중상층 61%, 중층 43%, 중하층 24%, 하층 14%).




부자는 보통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 24%, '더 불행하다' 18%, '비슷하다' 47%

마지막으로 부자와 보통 사람의 행복을 비교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 절반(47%)이 '부자는 보통 사람과 비슷하게 행복하다'고 답한 가운데, ‘부자가 보통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24%)는 의견과 ‘더 불행하다’(18%)는 의견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 연령별로 보면 3040 세대에서는 부자가 더 행복하다고 보는 의견이 불행하다는 의견보다 약 10%포인트 많았고, 40대 이하에 비해 50대 이상 장년층은 '부자가 더 불행할 것'이란 의견이 좀 더 많았다(20% 상회).

◎ 1993년 한국갤럽의 동일 질문에 대해서는 51%가 '부자는 보통 사람과 비슷하게 행복하다', '더 행복하다'와 '더 불행하다'가 각각 22%로 나타나 2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부자가 보통 사람에 비해 특별히 더 행복하다거나 불행하다고 보지는 않았다.

이번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행복 측면에서 보통 사람들과 부자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면서도 현재 우리 국민들의 부자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은 편이다. 우리 사회에는 존경할 만한 부자가 많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그나마 존경할 만한 부자로 꼽힌 인물은 고인을 포함해도 소수에 불과했다. 이러한 부자에 대한 반감 저변에는 그들의 부 형성 과정이 정당치 않다고 보는 시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또한 2040 세대 상당수는 부자의 조건으로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보다 부모의 재산이나 집안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뿐 아니라 국민 절반 이상이 앞으로 부자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계층 이동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이같은 사회경제적 인식 차는 최근 심해지고 있는 세대별 정치적 이념성향 양극화 현상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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